October 18th, 2017 Wed

[기타] 특별한 스페인식 민간요법

in Category 여행, 문화

산들무지개

우리가 아는 민간요법이란 의술을 전문으로 하지 않는 보통 민간인이 수천 년 전부터 행해오던 경험적 치료이다. 경험이 축적되면서 어떤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되기도 하고, 어떤 것은 과학적으로 전혀 증명될 수 없는 미지의 수수께끼처럼 남아있기도 하다. 

이런 민간요법은 그 장소에 따라, 필요에 따라, 다른 형태와 이름으로 발달하거나 소멸하기도 했다. 네팔에서는 고산병 치유에 좋은 민간약, 인도의 콜카타(캘커타)에서는 말라리아에 저항할 그 지역 특유의 민간약,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정신적 치유에 쓰이는 담배와 향풀 등...... 무수한 필요에 따라 이런 민간요법도 지역마다 특이하게 발달했다. 

스페인 고산은 어떤 식으로 발달했을까? 이곳의 깊은 곳에는 ‘마녀 할멈’이 있다는데……. 사실 스페인은 카톨릭 세력이 무슬림 세력을 몰아내면서 그 유명한 Inquisicion, '마녀 사냥'이 자행되던 곳이었다. 카톨릭을 믿지 않는 이단 세력을 몰아내기 도 했지만, 정권을 잡은 그 세력에 대항하지 못하도록 카톨릭인 사람들도 숙청하였다. 그 중 ‘민간요법’을 의술사처럼 행하던 여성들도 있었는데, 마녀의 이름으로 암흑의 역사 속에서 사라져버렸다. 만약, 그때 민간요법을 하던 여성들을 그대로 살려뒀다면 유럽은  아마도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우리 고산 마을의 이 '마녀 할머니'도 특별한 민간요법을 알고 있다.  


아니, 감기 걸렸는데 왜 반으로 자른 양파를 머리맡에 둬요?

이곳에서 배운 것은 감기 걸려 호흡 질환이 생긴 경우이다. 밤에 자기 전, 머리맡 탁자에 양파를 반으로 잘라 두라는 것이다. 밤새 양파 냄새 맡으면서 자면 감기가 화악 낫는다고 한다. 

한 번 이 민간요법을 해본 적이 있었는데, 다음 날, 양파 냄새로 머리가 어질어질한 것이 몽롱해졌다. 어쩌면 이것은 몽롱함을 유발한 착감 현상이 아니었나 싶다. 이 발효되는 양파 냄새로 감각을 무디게 하여 감기마저 무디게 한다는?


아니, 우리 아이 변비 걸린 것이 하얀 밥이라고 왜 자꾸 구박하세요?

아이가 변비에 걸려 좀 고생한다 싶을 때에는 우리 고산 할머니는 이런 말씀을 한다. 

“한국 애라고 자꾸 하얀 밥만 먹여서 그려! 말린 자두를 많이 먹여!” 

이런 괄괄한 목소리로 일러준다. 

속으로 궁시렁대면서, 스페인 사람들은 흰밥이 변비의 원인이라고 고정된 생각을 언제나 한다고 투덜댄다. 물론, 흰밥이 변비를 일으킬 수도 있다. 문제는 다양한 반찬과 식이섬유를 섭취하고,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줘야 하는데 말이다. 가끔 무조건 흰밥이라고 하는 할머니들께 섭섭하다. 

“그럼, 할머니! 한국 사람들 다 변비 걸렸겠수?” 

하고 반항의 섭섭함을 조금 드러내면, 그제서야 하하하! 하고 웃으신다.


아기가 치아가 나오려고 잇몸이 근질거릴 때 이 딱총 나무줄기 목걸이를 해줘라!

오? 고개를 갸우뚱 거리면서 난 이런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아기 이 나오는 것이랑 딱총 나무줄기랑 뭔 관계가 있어?’

그런데 이곳에서는 1년 된 딱총 나무줄기를 잘라 목걸이를 해주면 그 해 아기는 이가 나와도 아프지 않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우리 아기들에게 물어봐도 대답을 해주지 않았으니…….

그래서 그런가? 우리 세 아이는 이 목걸이를 하고 무사히 유치가 났다. 

비스타베야 성산 페냐골로사

방광염에 걸리면 요구르트로 깨끗이 씻어줘!

처음엔 이 말이 무슨 말인가? 요구르트로 씻어준다고? 하면서 우하하하! 웃어댔다. 그런데 한국 방문한 어느 해에 산부인과에서 청결제를 받아왔는데, 요구르트와 같은 성분이 있었다. Lactid Acid 말이다. 오우? 어쩐지 '마녀 할멈'의 민간요법이 믿음이 가는데?! 감탄을 했던 적이 있다. 

방광염 치료에 요구르트가 맘에 안 들면 생마늘을 까서 집어넣어!

에잉? 아무리 마늘이 향 지독하고 강하다고 해서 이렇게 염증을 치료할 어떤 근거라도 있는가?

나는 이 소리를 듣고 배꼽 잡고 웃어댔다. 하하하! 마늘을 까서 넣다가 따가우면 어떡해요? 

그런데 할머니는 그런신다. 

“상처내지 않게 마늘을 잘 까서 넣으라!”

알고 봤더니 자연 항생제가 마늘이라고 하던데……. 과연, 이 방광염에 마늘이 좋을까, 조금 뜨악하기도 했지만, 이런 과학적 근거를 다룬 글을 읽고 나니 어쩐지 믿음이 더 갔다. 

비스타베야 할머니 1965년 사진(왼쪽), 현재(오른쪽)

아이 손등이 트면 이 뱀크림이 최고야!

비스타베야에는 희한한 크림이 있는데, 보통 이 '마녀 할멈'들이 만드는 연고형태의 크림이다. 내 입술이 가끔 너무 터서 고생하고 있었을 때, 몇 해 전인가, 마녀 할멈에게서 이 크림을 받아들고 바르게 되었다. 입술이 깜쪽할 사이에 회복되어 어? 이 크림의 정체가 무엇이지? 참 궁금했다.

그래서 마녀 할멈께 더 달라고 졸랐더니,  

“아이고, 올해는 아직 안 만들었어! 대신 필요한 재료가 있어야 하는데……. 혹시, 나한테 뱀 잡아줄 수 있어?" 하신다. 

그 순간,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헉? 아이고! 할머니! 그 크림에 뱀이 들어가야 한다고요? 우웩! 지금까지 뱀크림을 쓰고 좋아했던 거에요?”

“뭣이여? 효력이 아주 좋은데……! 화상에도 좋고, 피부 말끔하게 하는데도 좋고, 또 아토피에도 좋아!" 

할머니는 또 괄괄한 목소리로 내 심장이 쪼그라들게 외쳐댔다. 

“이 뱀을 말이여! 봄이 막 왔을 때, 날 좋은 날 잡아서리, 뱀 껍질을 화악 벗겨서 말이야, 요 뱀 껍질을 솔솔솔 불에 그슬려서, 그렇게 끓는 왁스에 집어넣고, 

뭐시기, 백리향 같은 허브를 집어넣어야 한다니까!”

‘허어어억! 정말 못 말리는 마녀 할멈~!’

그런데 어쩐지 효력이 매우 좋아서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 후로 할머니는 어디서 뱀을 잡으셨는지, 뱀크림을 만들어 주셨다. 지금도 이 크림을 아이 손등에 바르고 있는데 참... 이 민간요법 대단하구나, 싶다. 

이렇게 스페인 고산은 아직도 전설이 통하고, 이런 민간요법이 통하는 요상한 곳이다. 천둥 번개 치는 날, 벌거벗긴 갓난아이를 하늘 향해 올리면 그 한해는 모든 가족이 건강하다는 그런 전설마저 전해지니……. 아이고, 여기가 중세야? 현대야? 스페인이야? 한국이야? 싶다. 

* 위의 ‘마녀 할멈’이라는 단어는 이웃 할머니의 영특하게도 효능있는 민간요법에 덧대어 하는 말입니다. 이웃 할머니이지만 그냥 할머니가 아닌 신비한 마력적 의료 요법을 행하여 개인적으로 붙인 단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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