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5th, 2017 Fri

[현장탐방] 코헹가 초등학교태권도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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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립학교 중 가장 많은 인원인 550~600명의 학생이 참가하는 진영호 사범의 코헹가 초등학교의 태권도 수업 참관을 통해 미국인들의 '태권도 사랑'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수업에 들어서자 사범들은 아이들을 정렬시키기 위해 분주했다. 통제가 쉽지 않은 초등학교 학생들이지만 사범들의 지시에 꽤나 일사 불란하게 움직였다. 수업이 시작되자 아이들의 눈빛과 자세가 달라졌다.
사범의 지시에 "옛 썰!"이라며 힘있는 목소리로 화답했다. 간단한 동작들이지만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수업이 끝난 후 한 백인 학생이 다가와 머리를 숙이며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건넸다. 수업에 대해 묻자 "그냥 재미있어요"라며 다시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넸다. 또 다른 학생은 "태권도를 배우면서 엄마, 아빠와 친구들한테 더 잘하게 됐어요"라며 "자신감도 생겼어요" 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반응도 남다르다. 학생을 기다리던 학부모들은 "아이가 태권도를 배우고 난 뒤 매사에 좀 더 적극적으로 변해 친구들과도 더 잘 어울리게 됐다", "태권도를 배우며 아이들이 변한 모습에 감동을 받기도 했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진 사범은 학생들의 재미를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성' 교육이라고 말한다. 진 사범은 태권도 수업이 미국 공립 학교에서 기존의 수업들과 차별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예절, 협동 의식, 인성 교육 때문이라고 밝혔다.
간단한 동작들이지만 절대로 조급하게 가르치지 않으며 아이들이 함께 줄을 맞추고 동작들을 맞추고 한 동작씩 공들여 하는 것에서 부터 공동체 의식과 바른 정신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또 단순한 지르기와 기합만으로도 소극적 이었던 아이들의 적극성이 살아나는 것이 바로 태권도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이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업시간에는 참고 인내해야 하는 부분도 있을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런 정신적인 부분이 학부모 들로 하여금 태권도 수업에 관심을 갖게 한 이유이기도 하다.
진 사범은 또한 태권도는 한국을 알리는데도 크게 일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인종이 태권도를 배우게 되면 자연스럽게 한국식 예절과 인성 교육,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등을 접하게 된다. 태권도를 통해 그들에게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생겨나게 된다는 것이다.

코헹가 초등학교 태권도 수업을 지도하고 있는 진영호 사범.

美에 태권도 전파하는 한인 관장들

태권도가 현재 미국 공립학교의 정규과목으로 채택되기까지는 1세대 태권도 관장들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캘리포니아주 LA에서 30년, 다이아몬드바에서 24년동안 각각 태권도장을 운영해오며 수많은 수련생들을 배출해 오고 있는 1세대 태권도인 정종오 관장과 전영인 관장을 통해 미국땅을 밟은 태권도의 지나온 길을 들을 수 있었다.
80년 당시 남가주에 태권도장은 5~6개 밖에 없었다. 태권도는 70년대 이소룡 영화가 미국에서 히트쳤을 당시 쿵푸, 가라데와 함께 미국인이 동양무술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미국에 조금씩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가라데가 태권도보다 미국에 먼저 들어와 있었기에 미국인들은 태권도를 '코리안 가라데'로 이해했다. 당시 미국에 있던 한인 태권도 사범들도 미국인들에게 태권도를 알리고, 이해시키기 위해 그런 식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태권도를 '가라데'의 일종으로 알릴 수 없기에 한인 사범들을 주축으로 80년대부터 태권도를 '코리안 가라데'가 아닌 '태권도'로 적극 홍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88올림픽 이후 본격적으로 미 전역은 물론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2014년인 현재까지 20년 이상의 기간동안 태권도는 정식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인지도가 날로 높아지자 미국 내 태권도장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태권도는 다른 종목에 비해 미국내에서 상당히 빠르게 전파되고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우 유도보다 50년, 가라데보다 20년, 쿵푸보다 40년 늦게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현재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LA에서도 유도 도장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가라데나 쿵푸 도장보다도 태권도장을 훨씬 많이 볼 수 있다.
LA 동쪽 인근에 위치한 다이아몬드바 시에서 1991년부터 '전영인 태권도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전영인 전 캘리포니아 태권도협회 회장에 따르면 현재 남가주의 학교 또는 도장에서만 150만~200만명이 태권도를 배우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90% 이상이 태권도가 좋아서 '수련'의 목적으로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캘리포니아 태권도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전영인 관장은 24년째 도장을 운영하고 있다

다이아몬드바 소재 '전영인 태권도 교실'에서 수련에 매진하고 있는 학생들.

1984년 LA 한인타운에 '충효 태권도장'을 설립해 현재는 LA·레이크우드·라크라센터·치노·애너하임 등에 7개의 '충효 태권도장'을 이끌고 있는 정종오 관장은 본격적으로 도장이 들어서기 시작한 80년대를 지나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태권도장들이 중흥기를 맞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태권도장도 소규모 비즈니스이기에 경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2008년 미국경제에 불황의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태권도장들도 불경기에 따라 힘든 상황에 처했다. 특히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태권도장간의 '경쟁'도 운영을 압박했다.
정종오 관장은 "전 미국 내 대부분에 도시들에 태권도장이 있으며 대도시들의 경우, 특히 캘리포니아 대도시들에서는 태권도장이 너무 밀집돼 '과포화'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관장은 LA를 비롯한 미국경제가 회복세에 있는 상황에서 일반 학원교육과 연계해 교육적인 기능을 더 강화한다면 태권도장들의 상황도 더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1984년 LA 한인타운에 충효태권도장을 설립, 현재 7개의 도장을 이끌고 있는 정종오 관장.

정종오 관장이 외국인 사범과 함께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주류사회에 뿌리내리는 '태권한류'

태권도가 미국에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태권도장의 확산도 한몫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유는 태권도 교육이 강조하고 있는 '정신수양'과 한국식 '예절교육'이다. 실력 배양보다는 동양 철학과 인성교육에 중점을 둔 점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미국 내 여느 태권도장을 가도 볼 수 있는 것이 수업 시작 전, 마치기 전, 품새하기 전 서로 허리 굽혀 인사한다.
시작 전 태극기과 성조기에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한다. 연륜이 있는 사범에게는 깍듯한 예를 갖춘다.
정 관장은 "충효태권도를 비롯한 많은 태권도장들이 품새와 기술도 가르치지만 정신과 인성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이런 한국식 인성교육은 '절'하는 법에서부터 시작된다.
부모를 공경하고, 집안일을 돕고,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며,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일반 미국식 교육과는 달리 예절과 도덕심을 강조하다보니 달라진 아이들을 보고 부모들이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전영인 태권도장을 다니는 한 타인종 학생의 부모는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아이가 모든 면에서 달라졌다"며 "성적도 향상됐고 자신감도 생기고 친구도 많이 사귀고 부모에게도 잘한다. 정말 잘한다"고 아이의 변화된 모습을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다.
전 관장은 "태권도장들이 단지 잘 치고 때리는 법, 상대를 잘 제압하는 법, 많이 점수 내는 법 만을 가르쳤으면 오래 가지 못했을 것이다"며 "집에서, 일상생활에서 어른을 존경하고 공경하라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이렇듯 정신수양 및 인성교육에 어린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 교육이 접목돼 시너지효과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많은 태권도 사범들은 비지니스화를 위한 흥미 및 관심 유도에 너무 크게 치우지면 안된다고 경계했다. 정 관장은 "최근 초창기 태권도 교육에서 중시됐던 '무도' 보다는 흥미 위주의 수업에 치우쳐있는 점은 도장을 운영하는 관장들이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전 관장도 "정말 중요한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태권도장 간 경쟁이 심해져 수련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유도하는 데만 치우친 태권도장이 점차 늘어나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정 관장과 진 관장을 비롯해 경험많은 태권도인들은 기본을 잊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교육이 태권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고, 그럴 때 태권도의 뿌리가 더욱 단단해질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태권도는 원조 한류다. 하지만 특별한 한류다. 미국에서 태권도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태권도는 '화려한 발차기'가 아니라 '올바른 정신 자세'다. 태권도는 눈과 귀가 아닌 '정신' 속에 전해지는 한류인 것이다. 미국인들의 정신 속에 더욱 깊이 뿌리내리는 한류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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