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3rd, 2017 Fri

[전북 부안군] 이야기여행 - 곰소염전

in Category 여행

자료제공 전북도청

얼기설기 낡은 판자를 덧댄 창고에 그 문짝만은 단단히 빗장을 채웠다. 반듯하게 격자 진 논, 찰랑찰랑 물이 찼지만 이 논이 기르는 것은 벼가 아니다. 볕 나면 피었다가 비오면 사라지는 하얀 꽃, 그래서 곰소 소금밭에서 소금 얻기는 오로지 하늘에 달렸다고 말한다.

아스라한 풍경, 기억으로 녹다

변산은 사진을 찍기 좋은 곳이다. 모래 좋다는 해변이 즐비한 곳, 채석강, 적벽강과 같은 기암절벽이 전설을 품고 노을진 바다에 흐려지듯 선 곳이 변산이다. 어디고 서서 카메라를 들이 밀면 그냥 그림이 된다. 오죽하면 '서해가 아름다운 이유는 변산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생겼겠는가.

그 가운데서도 조금은 특별한 곳, 누구나 한 번 쯤은 마음에 담아 뒀을 법 한 풍경을 가진 곳이 있다. 곰소의 밭 소이금이다.

바둑판 모양으로 칸이 나뉜 갯벌에 바닥을 다져 타일을 붙이고 바닷물을 모아 말리고, 이른 아침 나온 나이든 염부 대파잡고 해대는 다그레질에 땀인지 눈물인지 볼타고 흐르는 그것이 뚝뚝 떨어지는 바닥에 굵은 주름 비추는 모습일 것이다.

햇살 좋았던 날, 봄을 맞이하러 부안으로 내달렸다. 곰소만의 포근한 풍경과 염전의 오랜 기억같은 모습을 상상하며 가는 길이 그저 즐거웠다. 따뜻하고 눈부신 햇살이 비추고 낮게 깔린 바닥에서 꽃망울 하나 둘 틔워 올리는 봄날이라 찾은 염전은 고요하고 조용했다. 괜스레 부는 바람, 찬기운에 놀라 옷깃을 여미는데 '봄바람 죽은 기생 넋'이라더니, 햇살 좋아 나왔다가 추운 날씨에 '어머나!'하고 내 품에 안겨버린다. 하지만 어떠랴. 아직은 햇살이 좋고 낡은 듯, 고요한 소금밭 풍경은 그래서 또 좋았다. 조용히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호젓한 소금밭 창고 뒷길을 걸으며 보이는 그 묘습한에 모 자꾸 발길을 늦추지만 가면 또 저만치에 반듯한 격자 나뉜 바둑판에 파란 하늘이 담겨있다. 염부들은 소금 수확을 준비하느라 한창이었다. 염전에서도 봄은 말하자면 씨를 뿌리는 시기다. 바닥을 다지고 타일을 깔아 물을 가둬 이제 햇볕이 들고 바람이 불어 소금을 키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곧 첫 소금을 걷을 수 있을 것이다. 나이든 염부가 말하기를 찬바람이 불고 봄비가 내리는 시기라 처음 것은 굵고 단단하단다. 염전을 한바퀴 돌아 바로 뒤 범선공원으로 향했다. 그냥 보기에 자그만 언덕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옛날에 당당한 섬이었단다. 1900년대 초까지 호도라 불렸었다.

▶ 명품소금 덕에 곰소의 젓갈 역시 명품으로 대접받는다

봄볕에 깨어나는 곰소

곰소항으로 향했다. 한산한 풍경이 잠시 이어지다 곰소항에 다다르자 시골 장날 풍경이 펼쳐졌다. 곰소의 젓갈 시장이다. 젓갈은 곰소의 드넓은 갯벌과 바다 그리고 염전이 만들어내는 최상의 조합이 아닐까 한다. 골목에는 각종 젓갈과 소금을 파는 상점과 식당이 즐비하다. 가게앞에는 널어놓은 갈치와 조기와 갑오징어가 햇볕에 말라가고 시장 어귀 한 쪽에서 조기를 굽는 모습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을 자극한다.

곰소는 또 죽염이 유명하다. 죽염을 만들기에 곰소의 천일염만큼 좋은 재료도 없기 때문에 만드는 곳이 많다. 죽염은 대대로 사찰에서 많이 쓰였는데 승려들이 속병을 다스리기 위해 천일염을 대나무에 넣어 1500도에서 아홉 번 가열에 곱게 가루를 내어 먹었다.

그래서 이곳의 죽염은 모두 승려가 죽염 제조비법을 전수했다고 한다. 이 모든 것에는 바다에 기댄 부안 사람들의 삶이 이곳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리고 그런 삶은 만들어낸 바탕은 아무래도 소금이고, 또 그것을 내년 염전이다. 곰소에 염전이 생긴 것은 일제 강점기 때부터다. 일제가 제방 공사로 생긴 간척지를 이용해 천일염을 생산하려 했으나 1945년 패망하자 염전을 만들려던 계획은 무산되었다. 하지만 그 이듬해 여러 주주들이 모여 남선 염업주식회사를 설립하여 89ha 규모의 염전을 만들었다. 지금은 약 45ha의 면적에서 생산된다.

사실 곰소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양의 1%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곰소의 소금은 최고로 평가받는다. 그래서 가격도 다른 지역에 비해 3배가 비싸다. 그 이유가 곰소 염전만의 생산방식에 있다. 곰소 염전은 소금 결정을 한번 빼낸 바닷물인 간수를 30% 정도로 맞춰서 사용한다. 간수에 포함된 염화마그네슘은 쓴맛을 내 이를 많이, 자주 사용할수록 소금에서 쓴맛이 난다. 이런 이유로 다른 염전과 달리 곰소에서는 한 번 사용한 간수는 다시 스지 않고 바다로 흘려보낸다. 그래서 곰소의 소금은 끝맛이 달다. 거기에 곰소 갯벌의 뛰어난 토질의 황토는 곰소의 소금에 풍부한 미네랄을 선물했다. 바닷물을 곰소만에 가둬 갯벌에 오래 머물도록 하고 천천히 빠져나가도록 했기에 가능하다. 또 부안은 다른 지역에 비해 여름에 비가 덜 내리고 대신 겨울에 눈이 많이 온다. 겨우내 쌓였던 눈이 녹으며 황토에 있는 미네랄과 영양소를 염전으로 가져오는데 이는 고스란히 소금에 담긴다. 이러니 곰소 소금은 찬바람 불면 없어 못 팔 정도다. 그나마도 곰소 젓갈이나 죽염을 만들기 위해 현지에서 곧장 소비되어 외부로 유통되는 양이 적다. 이래저래 직접 찾아가지 않는다면 얻기 어려운 소금이다.

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담을 수 있는 곳

시장의 활기를 뒤로 하고 다시 염전으로 향했다. 세월의 흔적이 덕지덕지 내려앉은 소금창고의 낡은 듯, 무너질 듯 허술한 모습은 빛바랜 사진 속 기억을 직접 마주한 듯 낯설고 신기하다. 격자 그어진 칸칸에 담긴 물은 그 위에 선 모든 것을 또 낡은 듯 비춰낸다. 해가 바래면 달이 되는가, 파란 하늘이 노을 진다면 그리될 지도 모른다.

이 낯선 풍경은 그래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감흥을 주는 모양이다. 많은 사진작가들이 한 낮 염판 위에 뜬 달을 담아갔고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박범신 '소근' 등 많은 소설과 시,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또 같은 이유로 지난 2007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선정한 '꼭 지켜야 할 자연 문화유산'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땅을 다지고 저수지에 가둔 바닷물은 염판에서 염판으로 옮겨 다니며 햇볕에 물을 날리다가 곧 온 들판에 봄꽃 만개한 화창한 5월 어느 날 송화가루 흩날리면 염판 위에서 조팝나무 꽃 흐드러지듯 격자의 바닥에 소금꽃도 활짝 필 것이다. 그러면 뜨거운 햇빛 아래 염부들의 대패질에 하얀 대팻밥이 쌓일 것이고, 그것을 모아 창고로 옮겨 바람에 바다 냄새 날려 보내면 햅쌀처럼 고운 햇빛 간직한 솔향 은은해 가장 맛이 좋다는 소금을 얻을 것이다.

▶ 좋은 자연 소금과 염부들의 땀이 합쳐져 좋은 소금이 만들어진다

찾아가는 길

부안에서 30번 국도를 타고 석포삼거리를 지나면 곰소향의 젓갈을 파는 상점과 식당이 이어지는데 그 끝에 곰소염전이 있다. 30번 국도는 변산반도 해안을 따라 난 길이라 곧장 가기 보다는 변산반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하며 쉬엄쉬엄 찾아가 보기를 권한다.

곰소염전: 전북 부안군 진서면 곰소리 1

TIP

 아름다운 곳, 맛있는 곳

 1  곰소의 짠 맛이 궁금하면 <자매식당>

곰소에서 젓갈 정식으로 유명한 곳이다. 갈치속젓, 벤댕이젓, 청어알젓, 황석어젓 등 다양한 젓갈을 한상에 받아볼 수 있다. 특히 직접 담갔다는 새우젓과 벤댕이젓은 잊지 말고 꼭 맛봐야 하는 필수 코스다.

젓갈정식 9,000원(1인분)

주소: 전북 부안군 진서면 곰소향길 75-1 | 전화 063)584-1218

 2  명품 젓갈을 구입하려면 <곰소명인젓갈>

곰소바다와 갯벌, 소금이 만들어내는 젓갈의 모든 것을 담아내는 곳이다. 3대째 이어오며 젓갈을 만들고 있다. 젓갈 명인인 이영주씨가 소금의 구입서부터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를 챙겨 명품젓갈을 만든다.

주소: 전북 부안군 보안면 청자로 1297 | 전화 063)581-6=5117

 3  염전만큼 아름다운 물빛을 담으려면 <계화도 계화교에서 바라보는 바다>

부안의 북쪽 끝 길가에 늘어선 소나무가 수면에 반사되는 모습은 마이클케나의 '솔섬'이라는 작품을 연상할 만큼 아름답다. 특히 해가 떠오를 무렵 길게 늘어선 소나무와 이를 비추는 바다는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주소: 전북 부안군 계화면 양지길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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