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5th, 2017 Fri

[인터뷰] 창립 10주년 배우 매니지먼트사 '나무엑터스' 김종도 대표

in Category 사람

취재•글 김용습, 사진 최재원

나무는 한 자리에 뿌리를 내리면 가지가 커지고 열매를 맺고 잎이 커집니다. 큰 나무는 커다란 그늘을 만들어줍니다. 그 그늘 아래서 배우들이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004년 초,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배우 문근영은 사명을 '나무엑터스(NamooActors)'로 지었으면 좋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올해 1월 31일. 창립 10주년 기념 파티를 한 나무엑터스는 문근영의 말처럼 큰 나무가 됐다. 그 그늘 아래서 문근영을 포함해 김주혁, 유준상-홍은희 부부, 지성, 이준기, 한혜진, 신세경, 김아중, 윤재문, 김소연, 유지태-김효진 부부, 김아중, 전혜빈 등 40여 명의 배우가 서로 정을 나누고 교감하고 있다. 배우들은 나무엑터스에 신선한 물과 자양분을 쉽 없이 주고, 나무엑터스 김종도(47) 대표는 나무가 병들지 않고 잘 자랄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관리한다. 현재 그는 사단법인 한국매니지먼트협회 회장이기도 하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나무액터스 사무실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영화 포스터들이 눈에 띈다. 소속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 포스터들이다. 김 대표의 사무실에는 책상 뒤에 고 이은주의 흔적이 남아 있다.

영화 '연애소설' 포스터 속의 이은주가 김 대표를 은은하게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올해로 매니저의 세계에 들어온 지 23년 차가 된 김 대표는 영화, 드라마 프로모션팀, 배우 관리팀, 해외기획팀, 광고팀, 홍보팀 등 5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톱스타 수십명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그를 통해 한국 매니지먼트의 현주소와 매니저로서의 애환, 그리고 K드라마 등 한류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단단해진 뿌리, 넓어진 잎... 그 그늘 아래 배우들 쉴 수 있게..."

올해 초 창립 파티를 했는데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일이라는 게 부침이 아주 심한 편인데 배우 매니지먼트사로서 10년을 이어왔다. 감회가 새롭다.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14년을 함께하고 있는 문근영과 김주혁, 유준상 등과 5000만원으로 나무엑터스를 시작했다. 이은주도 있었다. 홍은희, 도지원, 신세경, 김지수, 김강우 등도 꽤 오래도록 같이 일하고 있다. 특히 신세경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나무엑서트를 만들기 닥 한 달 전에 들어왔다. 벌써 세경이가 24살이 됐다니... 창립 파티 때 김주혁은 애게 '나무엑터스는 형 거도 되지만 내 거도 되거든'이라며 웃었다.

김주혁과 인연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요?

서울 강남의 영동호텔 커피숍에서 처음 만났다. 솔직히 내 외모가 처음 보기에 그다지 호감은 아니다. (김)주혁이가 그러던데 처음에는 사기꾼인 줄 알았다고 한다. 계약을 먼저 하는 게 아니라 같이 일을 해보고 서로 괜찮다 싶으면 함께하자고 했다. 그때의 인연을 시작으로 지금가지 이어오고 있다. 주혁이는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회사 일에 신경을 쓴다. 정말 고맙다. 소속 배우들 모두 여러모로 회사를 위해서 생각해 주는 것 같다. 김강우(아내가 한혜진의 언니 한무영)가 처제인 한혜진을 나무엑터스에 데려오고, 김효진이 남편 유지태를 데려오고, 유준상은 홍은희와 결혼해서 같이 들어오고... 백윤식 부자도 있다. 그렇게 외형적으로 점점 나무엑터스가 커졌다.

스타 부부가 같은 소속사에 있으면 작품 논의를 할 때 불편하지 않습니까?

남편과 아내 사이, 부자 사이지만 배우로서 하나의 독립체로 여긴다. 김효진의 남편 유지태가 아니라 그냥 배우 유지태로 생각한다. 그 자체를 인정하고 존중해주고 특히 상대방의 말을 항상 듣기 위해 귀를 활짝 열어놓는다. 일도 일이지만 서로 믿고 신뢰하는 상태에서 모든 일을 처리하도록 노력한다.

배우들이 모두 잘 되고 있지만, 특히 유준상 씨가 잘 돼서 뿌듯했을 것 같습니다

유준상은 눈에 띄지 않았을 뿐이지 꾸준하게 활동했다. 그런데 재작년 KBS2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계기로 폭넓은 인기를 얻었다. 어느날 유준상이 내게 '형님, 인제야 소속사에 돈 벌어주는 사람이 됐네요. 고맙습니다'라고 하더라. 지난해 유준상이 CF 출연을 많이 해서 회사에 직원 보너스로 1억원을 흔쾌히 냈다. 또한, 2년 전부터 자신의 매출 5% 가량을 적립해서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써 달라고 내놓았다. 지금 유준상의 이름으로 적립된 돈이 몇천만 원 된다. 신세경은 전속계약기간 5년이 지난 후 한창 잘 나가던 때였는데 '삼촌, 재계약 그냥 옛날처럼 해. 그동안 우리가 너무 많이 가져갔잖아! 회사에서 내게 많이 도와주고 있으니까 저는 괜찮아요!'라고 했다. 한혜진도 마찬가지다. 입버릇처럼 '회사가 더 잘 됐으면 좋겠다. 많이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런 것들이 나무엑터스가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는데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어떻게 매니저에 입문하게 됐습니까?

부산 동아대 금속공학과를 다녔는데 졸업 즈음인 1991년 겨울, 학교 도서관 옆에 붙언 연예인사관학교 MTM 구인광고를 보고 아무 생각없이 지원해 보조 출연자 반장 일을 했다. 키가 크고 대학 졸업생이라는 이유로 합격했다. 하지만 MTM은 그리 오래 다니지 않았고, 배우 매니저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고 최진실의 매니저인 고 배병수 씨를 우연하게 본 뒤 매니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90년대 중반 김희선, 권오중 등이 있었던 칠월기획에서 당시 월급 10만원 가량을 받고 이창훈 로드 매니저로 입문했다. 이후 '마약'처럼 이 일에 빠져들었다. 김종학프로덕션을 거쳐 잠깐 독립했다가 실패를 맛보고 아이스타즈에도 있다가 2004년 나무엑터스를 창립했다. 아이스타즈에 있을 때 중3이었던 문근영을 처음 만났다.

매니저라는 직업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정말 자기 희생이 필요한 직업이다. 내 희생(?)으로 어던 배우가 성과를 봤을 때 희열이 엄청나다. 돈을 좇으면 절대로 안되는 직업이기도 하다. 지난해 배우를 포함해 나무엑터스 직원 50명에서 연봉 순위를 따져봤더니 나는 29위더라. 보통 사람들은 '나무엑터스 대표니까 웬만한 배우들보다 더 많이 벌겠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절대 아니다. 매니저는 배우(연예인)와 함께 뛰는 사람이다. 마라톤이나 자전거 경주 등에서 페이스메이커(pacemaker, 기준이 되는 속도를 만드는 선수) 같은 존재라고 할까? 앞에서 끌어주고 때로는 뒤에서 밀어주면서 같이 호흡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또한, 배우들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비전을 제시하고 위기 리스트를 관리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연예인의 돈, 성공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행복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그래야만 서로 관계가 오래갈 수 있다. 배우, 가수 등 연예인은 '업&다운'이 심할 수 밖에 없다. 곁에서 꾸준히 지켜주고 힘들 때 버팀목이 되고 세심한 터치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생각은 하게 된 계기에 고 이은주의 영향도 컸습니까?

은주는 내 인생에서 매니저를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를 줬다. 2005년 2월 22일 세상과 이별했으니 내년에 10주기다. 그때만 해도 배우가 잘되면 무조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우울증에 무지했고, 은주의 아픔이 그렇게 심각한지 전혀 몰랐다. 은주를 통해 매니저가 배우의 행복에 얼마나 관여할 수 있을지를 다시 생각했다. 결국 돈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걸 알았고, 배우에게 뭐가 더 진정으로 행복한 것인지를 고민했다. 그런 점에서 참 고마운 배우다. 내 가슴에 영원히 남을 거다.

90년대 초반에 매니저로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지난 10년 동안 부모님께 내 직업을 얘기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정말 박봉이었고, 매니저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학력 수준도 높아졌고 무엇보다 매니저를 하나의 전문직, 직업군으로 인정하는 추세다. 올해 7월부터 정부에서 등록제를 시행할 것 같다. 그러면 음지에 있던 매니저들이 양지로 올라오게 돼 상당 부분 정화될 것 같다. 그래야만 아시아의 대중문화 콘텐츠의 중심인 한류도 더욱 체계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나이 들어 60세가 넘으면 뭐를 하고 있을까요?

글쎄요. 대학 다닐 때 음식점 서빙, 지배인 같은 거를 많이 했다. 나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젊은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직업? 웨이터가 내가 딱 맞을 수다 있다. 60대가 넘으면 어쨋든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공유하는 직업을 할 것이다.

나무엑터스를 상장시킬 계획은 없습니까?

작년 매출이 150~200억원 사이였다. 하지만 상장은 단순히 매출 실적만 좋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상장 욕심만 내면 기존의 매니지먼트 관리를 아무래도 소홀하게 돼 시스템 자체가 무너질 수 있는 부담감이 있다. 5년 전에 미국의 메이저 엔터테인먼트 에이전시인 윌리엄 모리스 부사장을 만난 적이 있다. 한국의 나무엑터스가 뙈 유명한 기획사라고 했더니 얼마나 됐느냐고 묻더라. 창립한 지 5년이라는 말에 그가 웃으면서 윌리엄 모리스는 111년 전통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때 히스토리가 있는 회사를 만들어야 겠다고 다짐했다. 탄탄한 역사와 양질의 콘텐츠가 쌓여야 다른 비지니스도 잘 할 수 있다고 본다. '내가 왜 매니저를 하느냐? 초심을 버리지 말자! 과한 욕심을 버리고 차근차근 발전시키자!'라고 틈날 때마다 다짐한다. 나무엑터스는 4~5년 전 해외기획팀을 만들어 계속 배우고 있다. K드라마 등 한류 마케팅도 서서히 할 것이다.

최근 '상속자들', '별에서 온 그대' 등이 중국에서 인기가 대단합니다. K드라마의 미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K팝에 못지 않게 K드라마 콘텐츠의 힘이 엄청나다. 드라마를 보는 해외 팬들의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한국의 다양한 제품을 자연스럽게 알릴 수도 있다. '별그대'를 계기로 부는 '치맥' 열풍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특히 요즘에는 드라마 콘텐츠 수출에 앞서 실시간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더욱 효과적이고 더욱 빨리 한류가 전파되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지 팬미팅, 쇼케이스 등에 그치지 않고 중국, 일본 등과 함께 콘텐츠를 만드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거다. 한국이 중심이 돼서 다양한 합작 시스템이 돼야 한다. 문화적으로 일방적인 잠식에서 벗어나 서로 윈윈해야 한다. 우리 혼자서 시장을 다 먹으려고 하지 말고, 그들과 같이 나눠 먹어ㅑ 한다. 물론 정부 차원의 지지도 꼭 필요하다.

중국, 일본 등 외국배우들이 국내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것은 어떻게 보십니까?

앞서 얘기했듯이 서로 윈윈하는 차원에서 좋다고 본다. 영화의 경우 더빙 문화가 있지 않은가? 우리도 중국, 일본 배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한류 콘텐츠를 한층 풍부하게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서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문화 콘텐츠로 확고하게 자리 잡을 것이다. 영화 '감시자들' '도둑들'에서 친한파인 중화권 스타 런다화(임달화)가 출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바람직하다. 내 팔로워 수가 총 2만 명이다. 그중 1만 명이 중국 사람이다. 나는 배우도 아닌데 그 관계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있다. 영화, 드라마, K팝을 접하고 한국에 가고 싶고, 한국 제품을 좋아하게 되고..., 이 얼마나 대단한 국위선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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